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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인터뷰]
창작은 수많은 경험이 예술로 피어나는 과정, 임연재 작가 | 미대입시 스...
날짜   2024.10.30     
조회수   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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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로서의 삶은 끊임없는 선택과 도전의 연속이다. 졸업 후 바로 작가의 길을 택할 것인지, 생업을 우선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은 창작을 꿈꾸는 많은 학생들이 직면한 현실이기도 하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자신만의 길을 찾고, 다양한 경험을 통해 예술적 성장을 이뤄나가는 과정이다.


이번 인터뷰에서는 한 작가가 자신의 삶과 작업을 통해 얻은 통찰과 조언을 전하며, 예술가로서의 길을 걷고 자 하는 이들에게 진심 어린 격려의 메시지를 전한다. ​


정리 | 미대입시 편집팀 

자료제공 | 임연재 작가


임연재 작가

단국대학교 예술대학 산업미술 졸업

초대개인전 5회 / 국내외 다수 그룹전 참가


[현]

재중한인미술협회 한국위원장

서울-한강비엔날레 사무총장

소하아트센터 큐레이터


[수상]

제28회 한국미술국제대전 용산구청장 2021

국제종합예술대전 국회의원 창작예술상 2021

국제우수작가 초대전 국제우수작가상 2022

용산예총 문화예술인 대상 2023

서울시의회 의장상 2024



Q. 안녕하세요. 우선 본인 소개 간략하게 부탁 드려도 될까요?

안녕하세요. 저는 단국대학교 예술대학 산업미술과를 졸업했어요. 고등학교에서 미술 교사로 일하다가 잠시 쉬는 동안 우연한 기회에 중국에 가게 되었습니다. 중국에서 약 10년 동안 지내며 본격적으로 작가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그곳에서 재중 한인미술협회라는 한국 작가 모임에 가입해 여러 활동을 병행하며 작업을 재개했습니다. 또한 북경에 있는 한국 국제학교에서 몇 년 동안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미술 교사를 하기도 했습니다.


돌이켜보면 미술과 떨어져 지낸 시간이 거의 없었던 것 같습니다. 한국에서의 활동도 중국에서의 경험이 이어진 연장선에 있었죠. 미술을 좋아하는 학생들과 동료 작가들이 주변에 많았던 덕분에 자연스럽게 이어진 것 같습니다.



Q. 현재 어떤 영역에서 활동 중이신지, 병행하시는 일이 있다면 함께 소개 부탁드립니다.​


우연한 기회에 큐레이터 일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인사동에 위치한 소하아트센터의 김소하 관장님을 알게 되면서 이 일을 제안받았는데요. 교사나 작가 활동과는 다른 매력이 있더라고요. 따지고 보면 완전히 다른 영역은 아니잖아요. 미술과 연관된 일이라서 제 적성과도 잘 맞았던 것 같습니다. 


큐레이터로서 아트페어를 준비하고, 작품을 판매하며, 관람객에게 전시 작품을 설명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그림을 그리는 일과는 다르지만, 낯설지 않게 배우며 즐겁게 일하고 있습니다.



Q. 그간의 작품을 보면 회화 작업이 많은 것 같습니다. 

특별히 평면 회화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와 회화가 가진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중학생 때부터 미술대학에 진학하고 싶었습니다. 당시에는 미술이 정말 좋았고, 고등학교를 다니면서도 그 열정이 이어졌죠. 자신에게 맞는 매체를 찾는 과정에서 종이와 물감, 붓으로 그리는 방식이 유독 매력적이었습니다. 


여러 색을 섞어 나만의 색을 만드는 과정이 흥미로웠고, 물감이 종이에 닿아 물이 이끄는 대로 퍼지는 느낌이 뭐라 말할 수 없이 좋았습니다.


당시에는 완전히 회화로 마음이 기울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대학에서는 산업미술 분야를 전공하게 되었죠. 하지만 디자인을 배워보니 제 적성과는 맞지 않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3학년 때 천연염색디자인을 배우기 시작했어요. 실크천에 붓과 물감으로 그림을 그리면서 천에 번지는 색의 느낌이 정말 좋았습니다. 당시엔 주변에 아무도 제가 하던 방식을 하지 않았고, 거의 혼자 하다가 공모전에 출품해 상을 받으며 조금씩 전문성을 갖추게 되었습니다. 그 당시에는 인터넷이 널리 보급되지 않은 시절이라, 발품을 팔아가며 배움을 이어갔습니다.


언제부터인지는 모르겠지만, 어느새 평면 회화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되었더라고요. 대학을 졸업한 후에도 고등학교 교사로 일하면서 회화적인 요소를 수업에 적극적으로 활용했습니다. 회화의 매력은 ‘표현’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합니다. 회화는 선, 형태, 시각적 내러티브 등 다양한 요소를 포함하고 있지만, 저는 ‘색’에서 큰 매력을 느끼는 것 같습니다. 제 감정을 색으로 치환할 때 오는 다채로운 만족감이 예전이나 지금이나 여전히 좋습니다.



Q. 본격적으로 작업에 대한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어떤 작품 활동을 해오셨는지, 주로 어떤 방식으로 작품을 만드셨는지 궁금합니다.

그리고 작업할 때 어떤 의지와 태도를 가지려고 노력하시는지도 궁금합니다.


현충사(충남 아산시)에서 초대전을 연 적이 있습니다. 초대전 첫 해에는 제 작품에 지금의 개념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전시가 끝난 후, 현충사에 대해 혼자 공부하면서 이곳이 어떤 곳이고, 누구를 위한 곳인지 알게 되었습니다. 이순신 장군의 생애와 전쟁사를 살피고, 난중일기를 읽으며 많은 연구를 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아, 내 작업과 정말 잘 맞는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작가는 자신의 작품관과 세계관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그 과정은 결코 바로 찾아지지 않습니다. 저는 늦더라도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시기의 문제일 뿐, 자신의 작업을 지속하다 보면 결국 찾게 되거든요. 


저는 이순신 장군에 관한 그림을 많이 보았습니다. 대부분의 역사적인 그림들은 구상 작품으로 표현되지만, 저는 추상적인 그림을 그립니다. 내러티브는 구체적이지만, 효과는 추상적이고, 그래서 모호하죠. 경계를 넘나드는 것이 제 작업 방식의 큰 특징이라 생각해요.


Q. 작품 활동을 하시면서 힘들었던 기억이나 반대로 행복했던 기억도 있으셨을 것 같습니다. 

가장 인상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알려주세요.


작품만으로 생활하는 작가는 극소수에 불과합니다. 저 역시 작품에만 매진하기엔 시간이 부족했기 때문에 다른 일을 하면서 생활을 이어갔습니다. 여러 일을 병행하다 보면 작업할 시간이 부족해지기 마련입니다. 그러면 대부분의 작가들은 ‘작가’라는 정체성에 대해 일시적으로 회의감을 느끼게 되죠. 그러나 그건 작가라면 누구나 겪게 되는 상태인 것 같습니다.


현충사에서 전시를 할 때, 우리나라 사람들이 이순신 장군을 정말 좋아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현충사 관람객이 우연히 제 전시를 보는 경우가 많았고, 그중 한 중년 남성 관객과의 대화가 오래도록 기억에 남았습니다. 또 운현궁(서울 종로구)에서 개인전을 할 때는, 한 젊은 여성이 어머니와 함께 전시를 보러 왔습니다. 그분이 한 작품을 계속 바라보길래 말을 걸었더니, 작품을 정말 마음에 들어 하시더라고요. 하지만 당시에는 돈이 없어 작품을 살 수 없다고 하셨습니다. 첫 월급을 타면 그 작품을 사고 싶다고 말씀하시길래, 제가 그 자리에서 작품 가격을 반으로 내렸습니다. 그리고 제가 그 작품을 갖고 있다가 그분에게만 팔겠다고 약속했죠. 몇 개월이 지나고, 그분에게서 연락이 왔습니다. 첫 월급을 타셨다며 작품을 구입하러 오셨더군요. 그 작품을 젊은 여성의 품에 안겨드린 것이 저에게는 최고의 기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작가는 작품이 비싸게 팔리는 것도 좋지만, 누군가가 자신의 작품을 사랑해주는 것이 몇 배는 더 좋고 기쁘다고 생각합니다. 자기 그림이 타인에게 소중한 무엇이 될 때, 작가는 큰 행복을 느끼는 것 같습니다. 이 경험 덕분에 저는 작가의 길을 지속할 힘을 얻었다고 생각합니다.



Q. 최근 많은 창작자들이 작품 활동뿐만 아니라 다양한 영역으로 자신의 전문 분야를 넓혀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저는 색을 다양하게 사용하는 염색디자인을 하다가, 중국에서 동양화와 서예 장르에 빠져들었습니다. 중국에서는 동양화와 서예가 매우 발달했는데, 특히 먹이 종이에 번지는 느낌과 먹의 농담을 조절하는 일이 정말 좋았습니다. 그래서 다양한 영역으로 자신의 전문 분야가 넓어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작가라면 시간이 지나면서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고, 오히려 좋은 계기가 될 수도 있습니다. 


저 역시 서양화나 동양화를 전공했다면 지금의 제 작품에 도달할 수 없었을 겁니다. 제 그림은 기법과 화면만 봐도 한 장르로 구분할 수 없거든요. 만약 한 장르에만 몰입했다면 다양한 미학적 실험을 하지 못했을 수도 있죠.


Q. 마지막으로 창작자(예술가, 작가)가 되길 꿈꾸는 학생들에게 하고 싶으신 말씀이 있다면 부탁드립니다.


미술대학에 다니는 학생들이 가장 많이 고민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이 부분일 것입니다. 졸업 후 곧장 작가의 길을 걸을 것인지, 아니면 생업에 먼저 뛰어들 것인지 말이죠. 저는 어떤 길을 선택하든 자신의 상황에 맞는 선택이라면 틀린 것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현실적으로 전업 작가가 바로 될 수 있는 사람은 국내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도 많지 않거든요. 


그러나 생업 때문에 작업을 못해서 작가의 길을 걸을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것은 섣부른 판단일 수 있습니다. 작가가 되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 길이 있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한결 편해질 것입니다. 시대가 변했어도 지금까지 수많은 회화 작가들이 등장해왔고, 그들은 자신만의 작품 세계를 펼치며 살아왔습니다.


​사람들이 ‘예술가’에 대해 갖고 있는 이미지가 있습니다. 한 곳에 은둔하며 작업만 하는 사람이라는 이미지 말이죠. 하지만 그런 시대는 오래 전에 끝났습니다. 수행으로 얻는 미적 성취보다 다양한 경험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이 더 많기 때문이죠. 자신과 다른 사람들, 전혀 가보지 않은 나라, 낯선 환경, 일, 공부 등 다양한 경험들이 중요합니다. 견문을 넓히고 인맥을 쌓는 것은 작가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의 인생에 큰 도움이 됩니다. 꼭 정해진 길을 가야 한다는 강박은 가질 필요가 없습니다. 그러나 자신의 중심은 꼭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자신의 그림을 그린다는 의지와 태도는 소중히 간직해야 합니다.​


우리나라에서 점점 사라지고 있는 학문 중 하나가 인문학입니다. 그러나 작가는 어떤 작업을 하든 인문학과 가까워야 하는 직업입니다. 자신의 감정과 생각, 삶의 태도를 구체적으로 표현하기 위해서는 그것을 함축하고, 선택하고, 종합하는 과정이 필요해요. 인문학은 이 모든 과정을 돕고, 자신이 추구하는 미학의 외연을 가장 효율적으로 넓힐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합니다.


많은 학생들은 아직 인생의 초반에 있습니다. 그러니 누군가 정답을 제시한다면 그 말에 너무 얽매이지 않기를 바랍니다. 정답은 자신 안에 있습니다. 자신의 생각이 맞습니다. 내가 생각하는 길을 끝까지 가다 보면 분명히 ‘나의 길’을 찾을 수 있습니다. 인생을 남이 원하는 대로 살지 않았으 면 좋겠습니다. 자신이 생각한 대로 살아도 괜찮습니다. 그리고 ‘실패’라는 것은 없습니다. 오로지 ‘과정’만 있다는 사실을 꼭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저 역시 지금까지 하루도 쉬지 않고 작업만 해온 것은 아닙니다. 중간에 쉬는 시기도 있었고, 여러 장르를 오가며 다양한 경험을 쌓아왔습니다. 그러니 모든 일에는 때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당장 작가가 되지 않더라도 괜찮습니다. 무엇이든 경험을 쌓아 그 경험을 바탕으로 자신의 꿈을 펼쳐나가시길 바랍니다. 빠르고 느린 것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포기하지 않으면 누구든 자신의 꿈에 닿을 수 있다고 믿습니다. 내가 했던 여러 경험들이 당시에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사실 그 모든 것이 자신에게 배어 있고, 작품에도 스며듭니다. 저 역시 지금까지의노력 덕분에 이렇게 성장할 수 있었구나, 나 잘했다, 열심히 했다고 지금도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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