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인터뷰는 <월간 미대입시>에서 교수님과의 인터뷰를 통해 전국 주요 미술 디자인 및 애니메이션학과를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위 내용은 2023년 3월호에 게재된 내용 중 일부입니다. 자세한 내용은 미대입시 책자를 통해 만나볼 수 있습니다.

덕성여자대학교는 입시 때마다 많은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주목을 받았다. 동양화, 서양화, 실내디자인, 시각디자인, 텍스타일디자인전공을 품고 있는 Art&Design대학은 회화 입시와 디자인 입시를 하는 모든 수험생들이 지원할 수 있는 전형이었기 때문이다. 특히 동양화전공은 국내 문화콘텐츠가 세계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하면서 덩달아 많은 학생들이 진학을 꿈꾸는 곳이 됐다. 이번 달에는 덕성여자대학교 동양화전공 임택 교수를 만났다. Art&Design대학과 동양화 전공에 대한 보다 다층적인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정리 편집팀 자료제공 덕성여자대학교 동양화전공
Art&Design대학 동양화전공
임택 교수

•홍익대학교 석사
•개인전, 산수너머, 2022, 케이엠제이아트 갤러리
•개인전, 2022, 차 갤러리
•점경산수-심우도, 2021, 갤러리 아이
•개인전-점경와유/조용한 소통, 2020, 갤러리 아이
•점경와유, 2019, 아트비트 갤러리

미대입시 독자들에게 덕성여자대학교 Art&Design대학과 동양화전공에 대한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Art&Design대학은 5개 전공이 함께 편제돼 있습니다. 동양화, 서양화, 실내디자인, 시각디자인, 텍스타일디자인전공이죠. 예전엔 예술대학에 소속돼 학과별로 신입생을 모집했는데 지금은 대학단위로 모집하고 신입생 때 공통으로 전공탐색을 합니다. Art&Design대학으로 2019년도부터 모집됐으니 올해 2월 졸업자들이 사회에 진출하면 학교에는 지금의 체제로 모집된 학생들만 남는 셈입니다. 보통 학과별 모집을 하면 1학년 때부터 자신이 소속된 전공을 좀 더 일찍 발전시킬 수 있다는 장점은 있는데요. 반면 여러 분야에 대한 진출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낮아지게 됩니다.
Art&Design대학처럼 1학년 때 전공을 탐색하는 시기를 거치고 2학년부터 자기 전공을 선택하게 된다면 좀 더 자기 자신에 대한 고민을 한 후에 전공을 선택하는 셈이죠. 그렇게 되면 동양화로 입시를 치르고 온 학생이라도 자기 관심사에 따라서 전공을 바꾸거나 자기 흥미를 보다 다양하게 발전시킬 수 있는 여지가 생깁니다. 이런 조건에서 동양화를 선택하는 학생이 있다면 그 학생이 자기 전공에게 느끼는 애정은 더욱 크겠죠? 그래서인지 학생들과 수업을 하다 보면 집중도가 높다는 것을 느낍니다.
다른 미술 매체와 비교해 동양화만이 가진 매력이 있다면 어떤 매력이 있을까요?
지금 동양화는 현대미술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고전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동시대 미술로 자신의 역할을 하고 있죠. 게다가 동양화에는 우리에게 매우 친숙하고, 대중적인 형식들이 많습니다. 시대에 맞게 동양화가 저절로 변화하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현대의 창작자들이 변화를 이끌고 있습니다. 산수화의 고요함, 화선지에서 먹이 번지는 느낌 등 이런 매체 고유의 매력은 우리가 가장 직관적으로 느낄 수 있는 동양화의 매력이죠. 이에 더해 전통적 형식, 이론을 바탕으로 현대미술의 다양한 채색기법, 조형기법을 입힐 수 있고, 자신만의 고유한 주제의식을 접목시킬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 동양화의 조형성과 담론을 갖고 시대적 미적 가치를 성취할 수 있는 것입니다. 제가 수업을 하다 보면 간혹 학생들이 저에게 하는 말이 있습니다. ‘이런 그림도 동양화에요?’입니다. 동양화를 입시 실기로 치르고 온 신입생도 알고 보니 정말 다양하고 현대적인 동양화가 가능한 것을 대학에 와서 깨닫는 것이죠. 일반적인 동양화에 대한 고정관념이 언뜻 단점만 있는 것 같지만 이렇게 반전 매력을 느낄 수 있는 토대가 되기도 합니다.

덕성여자대학교 동양화전공의 커리큘럼과 그 특징이 궁금합니다.
1학년은 통합과정으로 동양화전공의 성격을 탐색하는 과목과 인물학의 기초소양을 갖출 수 있는 교양과목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2학년부터 동양화의 기초적인 표현, 기법, 재료 등을 배울 수 있죠. 동양화 실기와 이론을 배울 수 있고 교직과목 역시 마련돼 있습니다. 3학년은 기초실기를 바탕으로 학생 고유의 ‘주제’를 정하게 됩니다. 그 학생만이 가진 고유한 표현적 특성을 발굴하는 것이죠. 하나의 키워드가 정해지면 학생에게 맞는 이론, 기법, 표현, 매체 등을 점차 깊이 있게 다루게 됩니다. 그래서 이때 가장 활발하게 표현 실험과 연구가 이뤄집니다. 수묵, 현대채색화, 디지털, 설치(공간) 등 심화·응용과정이라 할 수 있죠. 4학년은 졸업작품전시가 중심이 됩니다. 졸업작품의 주제 표현을 연구하는 동시에 학생 개인의 포트폴리오 작업, 개인전 준비, 외부 전시 등도 함께 이뤄지죠. 보통 3학년 1학기 무렵에 주제를 정하고, 자신의 작품을 관통하는 개념을 설정하게 됩니다. 그럼 이를 바탕으로 시리즈 작품을 6~7점 정도 제작합니다. 이러면 졸업할 즈음엔 어떤 학생은 개인전, 외부 갤러리 전시 등 전시 경험을 쌓는 경우가 있고요. 기본적인 포트폴리오도 만들어지죠.
몇 가지 더 언급하자면 교직이수 과목을 들으면 교육자로서의 길을 밟아나갈 수 있습니다. 최근 학생들의 성공적인 작가 활동을 돕기 위한 수업도 마련했습니다. 현직 큐레이터가 직접 강의를 진행하는데, 개인이 처음 전시를 진행하기 위한 모든 과정을 직접 체험하고 배울 수 있습니다. 저 역시 작가로서 사회에 처음 발을 디딜 때 막막했던 적이 많았는데 지금 학생들에게 정말 필요한 수업이라 할 수 있죠.
학생들을 지도하시면서 인상적이었던 에피소드가 있다면 소개 부탁드립니다.
많은 학생들이 기억에 남는데, 아무래도 재학생들, 졸업생들에게 좋은 소식이 들렸을 때 기쁜 마음이 듭니다. 어찌보면 작가가 아니라 교육자로서 결실을 맺는다는 건 저를 거쳐간 학생들이 어엿한 사회 일원으로, 창작자로, 작가로 성장해 조금씩 꿈을 향해 나아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이 아닐까 싶은데요. 예를 들면 외부에서 전시를 진행한 우리 학생 작품이 국립현대미술관에 소장된 일이라든가 대학원을 다니면서 개인전을 했는데 PKM갤러리, 국제갤러리 등에서 소품을 사가기도 하는 등의 일이죠. 청년 작가로서 굉장히 어려운 일을 해낸 셈인데 또 이들이 나중에 활발하게 활동한다는 소식을 전해들으면 마음이 뿌듯해집니다. 한 가지 더 기억나는 일화는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지원하는 홍보 행사에 참여했던 일입니다. ‘문화가 있는 날: 도깨비 책방’이었는데요. 대학원생과 학부생 12명이 참여해 책의 소중함을 되새기고 독서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전시를 준비하는 것이 이 프로젝트의 목표였습니다. 모두 머리를 모아 생각해본 결과 ‘책가도(冊架圖)’를 현대적 관점에서 재해석하자고 했죠. 그래서 책장을 학생들이 직접 제작하고, 여기에 도깨비 책방의 책과 우리 학생들의 작품을 디지털 디스플레이로 전시하는 등 상당히 인상적인 전시를 선보였습니다

졸업전시회(졸업작품전)에 대한 질문입니다. 주로 어떤 점을 중점에 두고 학생들을 지도하시는지 궁금합니다.
학생 개개인이 가진 취향, 역량, 창의성 등은 다 다릅니다. 여기에 우열이 있지 않죠. 그래서 개인의 기술적 숙련도를 높이는 것보다 개인의 창의성과 개성을 이끌어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요즘 우리 졸업생들이 왜 활발하게 활동할 수 있을까 생각해봤는데요. 동양화는 우리 눈에 익숙한데, 낯선 느낌이 함께 있어야 다른 사람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낯선 느낌은 디지털이 될 수 있고, 공간적 표현, 입체적 표현, 개념적 표현 등 다양할 수 있죠. 우리 동양화전공은 학생과 많은 토론을 통해 학생 개개인에게 맞는 조형성(造形性)이 무엇일지 고민하고 이것을 씨앗으로 삼아서 발전시킵니다. 처음 출발은 미성숙하더라도 점차 작품의 매력과 이론적 성숙함, 표현적 신선함 등이 응축되는 것입니다. 여기서 교수의 역할은 일방적으로 뭔가를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상호 소통을 통해 학생 스스로 자기 방향을 찾고 좋은 생각을 더 발전시킬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겠죠. 지금 학생들은 정말 다양한 선택지를 갖고 있습니다. 작가가 되는 것만 생각했던 예전 세대와는 확실히 차이가 있죠. 가르치는 입장에서는 이들의 선택지를 제한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해요. 학생들의 생각을 존중하면서도 자신만의 경쟁력을 갖추게 하는 것이 졸업작품전시의 의미이자 목표라 할 수 있습니다.
덕성여자대학교 동양화전공 학생들이 졸업 후 진출하는 분야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어떤 학생이 작가의 꿈이 있다 하더라도 졸업을 하면 바로 작품활동으로 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래서 부업이 있어야 하는데요. 현대는 다양한 특성을 가진 전문 인력을 필요로 하고, 우리 학생들은 뛰어난 자질을 갖추고 있습니다. 그래서 자신만의 창의력과 예술 경험을 살려 다양한 영역에 진출하고 있습니다. 애니메이션 배경, 게임캐릭터나 배경디자인, 영화콘티, 수묵을 이용한 광고, 동화작가 등으로 활동하는 경우가 있고요. 현재 일러스트작가, 웹툰작가 중에서도 동양화전공 출신들이 많습니다. 졸업생 중에는 학교 선생님, 갤러리 큐레이터, 미술관 학예사, 갤러리 관장도 있고요. 물론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직업은 작가입니다.
정규 교육과정 외에도 학생들의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활동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학생들이 실기실에 앉아서 작품만 만들면 시야가 좁아질 수 있고 기능만 배우는 꼴일 수 있잖아요. 교수들은 일찍부터 이런 염려를 갖고 학생들과 기회가 될 때마다 학교 밖에서 전시를 관람하고 그 전시의 작가를 만나 이야기를 듣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요즘은 워낙 학생들이 일찍 자기 전시를 기획하고 참여하는데요. 그러다보니 수업을 통해 이론으로 배우는 것보다 전시를 연 작가에세 직접 여러 이야기를 듣는 것이 실질적인 도움이 됩니다. 현장 특강인 셈이죠. 교수들도 작가와 교류하면서 현장 감각을 새롭게 환기할 수 있어 많은 이점이 있는 활동입니다. 얼마 전에는 동양화전공 대학원생들이 오픈 스튜디오를 열었는데요. 학생들의 작업공간을 전시공간으로 꾸며 대중에게 오픈하는 전시입니다. 이때 외부 인사들을 초대해 코멘트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작가로 성장하려는 학생들에게 유의미한 시간이 됐습니다. 그밖에도 동양화전공을 졸업한 82학번부터 재학생들까지 모두가 참여하는 동문전, 1년에 한 번 정도 진행되는 외부 갤러리 전시 등도 학생들에게 매우 호응도가 높은 활동입니다.
동양화전공 진학을 희망하는 학생들이 이 기사를 볼텐데요. 전공에서 선호하는 인재상이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동양화는 현대미술로 나아가고 있고 문화콘텐츠 영역은 점차 다각화되고 있습니다. 우리 전공은 작가로 활동할 뿐만 아니라 시각예술 창작자로 활동할 수 있는 영역을 전문적으로 제시하고 함께 노력하고 있습니다. NFT 아트가 세간에 주목을 받았을 때도 제가 먼저 NFT 아트에 접근하고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했을 정도니까요. 그만큼 지금은 새로운 것을 배척하기보다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생존에 보다 유리한 시대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경험한 바로는 동양화를 전공하는 학생들은 창작자로서 자질이 충분합니다. 그런데 소심하고 적극적이지 않은 학생들이 더러 보이더라고요. 물론 이런 성격이 나쁘다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좀 더 미지의 세계에 거리낌없이 도전하는 적극성을 갖춘다면 자신이 가진 장점을 더욱 극대화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또 하나 생각할 것은 입시생들이라서, 이 상황에 기인해 생기는 문제입니다. 입시는 경쟁이기 때문에 자기와 남을 비교할 수밖에 없잖아요. 남들보다 뛰어나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힐 수 있습니다. 그런데 길고 넓게 보면 창작자는 경쟁의 대상이 언제나 자기 자신입니다. 그렇기에 입시를 하는 동안 남과 나를 버릇처럼 비교한다거나 이것을 계기로 자존감이 낮아진다면 뚝심 있게 작품 활동을 하기 어렵습니다. 대학에 와서는 그런 성격을 되돌아보고 조금씩 고쳐나갈 수 있어야 합니다. 그림은 우열이 없다는 점. 자기 생각을 확고하게 지키고 항상 나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길 바랍니다.
동양화 작가나 관련 콘텐츠 창작자가 되고 싶은 학생들에게 조언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우리 전공은 작가의 꿈을 갖고 공부하는 곳입니다. 지금은 ‘입시’라는 상황이니 자신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해야겠지만 내가 왜 그림을 그리는지, 동양화 입시를 왜 하는지를 생각하기 바랍니다. 단순히 대학을 목표로 삼는다면 입시는 힘들어지고, 대학에 입학해도 똑같이 힘들 뿐입니다. 왜냐면 그림이 재미가 없거든요. 꼭 화가를 목표로 생각하라는 것은 아닙니다. 예술·문화·콘텐츠 시장은 과거보다 지금이 더 많은 기회를 품고 있습니다. 그러니 동양화를 바탕으로 디지털아트, 교육자, 일러스트레이터, 디자이너, 콘텐츠 기획자 등 다양한 상상을 해보길 바랍니다. 당장의 앞만 보지 말고 이런 상상을 현실로 만드는 것에 장기적인 목표를 설정한다면 자신감이 생기고 그림이 더 재밌어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상황에 이끌려다니지 말라는 것입니다. 수채화물감과 먹이 있는데 내가 먹으로 그리는 그림이 재밌다면 그걸 선택하면 됩니다. 그것이 자기가 잘하는 것이고, 잘하는 것을 해야 경쟁력이 생기고 재미도 있는 것이죠.
[학생작품]

1. 이승민_무위자연1(無爲自然1)_100.0x80.3cm_장지에 채색 _2022
2. 김유빈_Cat pop_200x160cm_장지에 채색_2022
3. 이영주_휴식_162.2x130.3cm_장지에 채색_2022
4. 이수림_결핍1_98x126cm_장지에 먹, 채색_2021
5. 이현재_이상향_112x162.2cm_장지에 혼합재료_2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