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인터뷰는 <월간 미대입시>에서 교수님과의 인터뷰를 통해 전국 주요 미술 디자인 및 애니메이션학과를 소개하는 코너입니다.위 내용은 2021년 12월호에 게재된 내용 중 일부입니다. 자세한 내용은 미대입시 책자를 통해 만나볼 수 있습니다.
한류가 전세계 문화 트렌드를 선도하는 시점에서 한국미술을 알릴 가장 강력한 콘텐츠는 무엇일까?
‘가장 한국적인미술’로 손꼽히는 불교미술이 미술 한류를 이끌 유망주로 떠오르고 있다.
이런 까닭에 올해 개설 50주년을 맞은 동국대학교 불교미술전공이 많은 이들의 이목을 끌고 있다.
오랫동안 불교미술을 세계에 알려온 이수예 교수는 불교미술이 품은 무한한 가능성을 많은 이들에게
알리고 싶다고 전했다.
정리 김등대 자료제공 동국대학교 불교미술전공
동국대학교 미술학부 불교미술전공
이수예 교수

동국대학교 불교미술전공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어떤 분야를 다루는 학과인가요?
불교미술은 건축, 조각, 공예, 회화 등 여러 분야가 있는데요. 우리 전공은 ‘회화’를 중심으로 교육과정이 편성돼 있습니다. 그래서 ‘미술학부’에 소속돼 있죠. ‘불화’나 ‘단청’* 같은 양식의 그림을 떠올리면 쉽게 이해될 수 있습니다. 세부 영역을 보면 미술창작, 전통문양 콘텐츠 같이 현대적인 분야도 있습니다. 이는 불교미술의 현대적 갈래라고 보시면 됩니다. 이 영역에선 불교와 관련된 시각콘텐츠를 시대에 맞게 작품, 디자인상품, 사업아이템 등으로 활용하는 법을 배웁니다. 또 하나의 갈래라고 한다면 문화재 보존, 수리, 복원 등을 다루는 방향인데요. 국내 문화재의 7~80%가 불교 문화재인걸 감안하면 우리 전공에서 꼭 다뤄야 할 분야인 셈이죠.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분야는 불교미술의 전통을 계승하는 갈래입니다.
여기선 불교미술 실기 과정을 단계적으로 배우고 제작 기법을 익히는 전통 방식의 불화를 다룹니다. 사실 앞서 소개한 불교미술의 현대적 갈래, 문화재 등이 모두 여기서 파생됩니다. 전통적인 불화가 어떤 것인지, 어떻게 제작하는지를 알아야 자기 작품에 응용할 수도 있고 문화재 복원도 할 수 있는 것이죠.
※ 절이나 궁 등의 벽, 기둥, 천장 같은 곳에 그림과 무늬를 여러 가지 빛깔로 장엄하게 그리는 양식의 그림

이수예, 만남(Fate with Buddha), 삼베바탕에 천연안료(Natural pigment on hemp cloth), 400X300cm, 2021
“불화는 신앙의 대상이자 한국의 전통을 담은 문화재이기도 합니다.
또한 한국을 세계에 알릴 문화 콘텐츠 원석이라 할 수 있죠”
불교미술의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불교미술은 과거와 현재가 하나로 이어지면서 구분되는 특징이 있어요. 우선 불교미술 작품은 기본적으로 신앙의 대상입니다. 기원으로 따지면 삼국시대 불교가 전래되면서 우리나라의 불교미술이 시작됐는데요. 그러다보니 불교미술을 배우면 여기에 깃든 정신과 종교적 이념, 역사 등을 함께 배우게 되죠. 또 하나의 특징은 불교미술이 ‘문화재’라는 겁니다. 고려시대 회화를 유추할 수 있는 작품은 거의 고려불화밖에 남지 않았다고해요. 만약 불교미술의 전통 제작 방법을 전승해오지 않았다면 우리 문화의 소중한 일부를 잃어버렸겠죠? 그만큼 불교미술을 배운다는 것은 가치있는 일이라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물론 ‘회화’로서의 매력도 무시할 수 없는데요. 모든 불화는 시대성을 갖고 있어요. 고려불화, 조선불화같이 시대에 맞는 불화가 있어야 하고, 따라서 현대엔 ‘대한민국불화’가 있어야 하는 것이죠. 전통적인 회화기법을 기반으로 마음껏 창의성을 펼칠 수 있다는 점에서 어떤 장르에도 뒤지지 않는 매력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른 미술 관련 학과와 차별되는 점이 있다면?
크게 두 가지 차이가 있습니다. 하나는 진출하는 분야가 다양하면서 어느 정도 분명한 노선이 있다는 점이에요. 요즘 현대미술은 장르의 경계가 무의미할 정도로 빠르게 변화를 거듭하고 있는데요. 그러다보니 순수미술을 전공하는 학생들 입장에선 진로 선택을 힘들어하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우리 전공 학생들은 독특하게도 저학년 때부터 자기 진로에 대한 구체적인 관심과 비전이 있습니다. 앞서 언급했듯 우리 전공에서 다루는 불교미술의 갈래는 모두 학생의 진로와 직접적인 관계가 있어요. 불교미술 작가 및 전승자, 문화재수리 기술자, 불교미술 콘텐츠 창작자 등 전공 능력과 진로가 자연스럽게 매칭됩니다.
또 하나 언급할 점은 공동작업이 많다는 것인데요. 다른 미술 관련 전공은 일반적으로 함께 작업하는 일이 자주 없습니다. 하지만 불교미술은 선·후배 간 공동작업이 많습니다. ‘야단법석’이라고 해서 커다란 사찰 마당에서 진행되는 불교행사가 있는데요. 거기에 마치 부처가 강림하듯 내거는 큰 그림을 ‘괘불’이라고 합니다. 그런 큰 그림은 절대 혼자 그릴 수 없고 많은 인원이 제작에 참여해야 합니다. 문화재 수리나 복원 역시 규모가 클수록 합동 프로젝트가 많은 편이죠. 이런 일을 하려면 공동작업에 대한 기본적인 매너와 협동심이 필요합니다.
구체적인 교육과정과 이와 연계된 학생들의 진로 방향은 무엇인지 알고 싶습니다.
불교미술 교육은 우선 학생들에게 전통적인 것을 익히게 합니다. 기초부터 초급, 중급 고급으로 단계를 거치게 되죠, 그림의 크기를 조금씩 키운다거나 밀도를 점점 높여나가는 식으로 심화 교육이 이뤄집니다. 1학년 때부터 전통기법을 가르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는데요. 우선 불화 실기에 필요한 이론적 무장을 위해서입니다. 모든 전통기법은 정해진 과정이 있는데요. 이걸 모두 내 손에 익혀놔야 나중에 같은 기법으로 제작된 문화재를 수리, 복원할 때 그대로 적용할 수 있겠죠? 또 하나는 불화의 구조, 본질을 파악하기 위함인데요. 불화가 무엇인지 정확히 알아야 응용도 수월하다는 것이죠. 2~4학년 교육과정은 여기서 파생한 여러 분야를 접하고 심화과정을 거치는 단계입니다. 단청이나 문화재 보존을 배우거나 불교미술의 현대적 창작, 도상학 이해의 심화 등 불교미술의 각 갈래를 배울 수 있어요.
이런 수업들은 크게 문화재수리 기술·기능자, 전통문화 콘텐츠 전문가, 불교미술 작가 등의 진로와 연결이 됩니다. 그리고 다양한 교과 외 활동을 통해 불교문화재 관련 사업체에 취직하거나 복수전공을 통해 다른 장르와 융합하는 길도 열려 있죠. 교직 역시 마련돼 있어서 최근엔 선생님이 된 학생이 저에게 찾아와 감사인사를 남긴 적도 있습니다.

•공동작품 : 해남 대흥사 영산회괘불탱 모사복원도 1035X829cm, 한산모시 바탕에 천연석채, 토채, 천연염료, 2016
•책임 : 미술학부 불교미술전공 책임교수 이수예
•참여작가 : 박진명(91학번), 권혜민(10학번), 김연제(13학번), 염규리(13학번), 박정현(14학번) 외 외부연구원
수업 외적으로 이뤄지는 학과 활동이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매 학기 초 여러 사찰과 박물관으로 학술답사를 갑니다. 거기서 사찰 유물을 직접 보고 배우는데 학생들 반응이 정말 좋아요. 또 하나 인상적인 활동은 멘토 프로그램입니다. 신입생의 경우 붓을 처음 쓰는 친구도 있거든요. 불화는 기본적으로 선을 정밀하게 다뤄야 하는 그림이다보니 선 연습은 필수입니다. 이 연습을 두 달간 선배들 밑에서 배우 것이 프로그램의 목적인데요. 그러다보니 선·후배 사이가 가까워지고 서로 연대감이 생기기 마련이죠. 이후 공동작업에도 이런 관계가 많은 도움이 됩니다.
불교미술은 어떤 학생들이 전공하면 좋을까요? 필요한 자질이나 태도가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불교미술은 종교미술이기 때문에 신앙적으로 충돌하는 경우가 있어요. 그럴 땐 철학적인, 학술적인 접근으로 우회하면 많은 도움이 됩니다. 하지만 이중 어떤 통로로도 준비가 안 돼 있다면 불교미술 자체에 흥미가 떨어질 수 있습니다. 그런 마음의 준비는 필요해 보여요.
한편으론 한국사나 전통문화, 문화재에 관심이 있다면 전공수업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됩니다. 한국 미술사, 불교에 대한 역사 등 수업에서 이런 내용을 다루기도 하지만 한국사능력 시험은 문화재 관련 국가자격증을 취득하는데 꼭 필요하거든요. 그런 점에서 꽤 유리한 점이 있습니다.
하나 더 언급하자면 불교미술 작품은 신앙의 대상이다보니 그리는 사람의 마음가짐이 중요하거든요. 불교미술에 대해 진지한 자세를 가진다면 좋겠습니다.

(좌) 구례 화엄사 각황전 단청 기록화 사업, 전사도 제작 / (우) 구례 화엄사 각황전 단청 기록화 사업, 현황조사
현재 학생들은 정시모집을 앞두고 있습니다. 불교미술전공의 입시에 대한 궁금증이 많은데요.
실기를 준비하는 학생들을 위한 조언 한 말씀 부탁드릴게요.
가장 중요한 기초조형능력을 평소에 탄탄히 쌓아뒀다면 어떤 정물이 출제되더라도 문제가 없을 겁니다. 우리 불교미술전공 실기종목은 기본적으로 ‘정물소묘’다 보니 정물개체 각각의 특징이 돋보이면서도 화면에 자연스러운 구도로 표현된다면 좋은 인상을 줄 수 있습니다. 다만 이런 점은 주의를 해야 하는데요.우리 전공의 실기종목은 다른 정물소묘 유형와 비교하면 조금 다른 면이 있습니다. 금강역사상을 비롯한 다양한 종류의 불상이 정물과 함게 출제된다는 점인데요. 다른 대학 정물소묘 유형은 불상을 그리진 않으니까 여기에 대한 부담이 있을 거라 생각됩니다. 불교미술에 관심이 없는데 그저 점수에 맞춰서 지원하는 학생이라면 이런 실기방식에 어려움을 느끼겠죠? 한 가지 더 짚어볼 점이 ‘실수’입니다. 실제 고사장에 있다보면 긴장한 나머지 실수를 하기 마련인데 치명적인 실수는 피해줬으면 좋겠어요. 예를 들면 ‘천’을 정물로 출제하지 않았음에도 어떤 지원자는 바닥 천을 그려서 제출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출제 정물이 아닌 정물을 그리면 부정행위로 간주될 수 있으니 이런 실수는 절대 하지 않아야겠습니다. 출제된 사물을 충실하게 표현하는 것도 상당히 중요한 요소인데요. 지난 입시 때 손모양 석고를 출제했는데 석고의 동그란 절단면을 그려서 제출한 지원자가 있었습니다. 제시된 정물이 화면에 잘 분간이 안된다면 정물을 누락해 그렸다고 오해할 수 있으니 주의가 필요합니다. 마지막으로 꼭, 미완성만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동국대학교 불교미술전공을 지망하는 학생들에게 꼭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불교미술을 배우고 싶다면 기초조형 능력이 조금 부족하더라도 진지한 마음가짐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우리 전공 특성상 모든 신입생들이 입학과 동시에 불화를 처음 배우는 입장입니다. 어떤 분야든 기초부터 새롭게 쌓아올리는 건 그만큼 각오가 필요한 일이거든요. 첫걸음은 쉽지 않겠지만 먼미래를 설계하는 마음으로 전공 공부에 임했으면 해요. 불교미술의 모든 지식과 기술은 역사적으로 도제식 교육을 통해 이어져 내려온 것들이에요. 우리 전공이 설립 50주년을 맞이한 것을 보면 그 역사의 깊이가 어떤 의미인지 짐작되겠죠. 지금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우리 전공 졸업생들을 보면 적어도 30년 동안 자기 분야에서 꾸준히 일을 했던 사람들입니다. 한 마디로 일찍부터 이 분야에 몸담으며 계단을 밟듯 천천히 자신의 내공을 쌓아올린 것이죠. 지금 들으면 잘 와닿지 않겠지만 불교미술을 배우고 싶은 학생들이 마음을 다잡을 때 이런 얘기가 참고가 됐으면 좋겠네요.

(좌) 문유연, 석가여래회도, 288X170cm, 면바탕에 분채, 금, 2020 / (우) 전소정, 오백나한도, 195X120cm, 비단바탕에 석채, 분채, 금, 2020

황나경, 124위신중도, 230X210cm, 면바탕에 분채, 금, 2020